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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드라마 후기

더글로리 리뷰 및 해석(스포주의~)

by 저로 2023.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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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

올해 초에 시즌 1을 완주했던 더글로리가 최근에 나왔다. 3월 10일에 오픈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하루 이틀만에 정주행을 마쳤다. 의도치 않은 스포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SNS도 잠시 중단하고 길에서도 이어폰 소리 크게 들으면서 보안을 유지했다.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이란 주제를 가지고 만들어진 드라마다.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피해자에게 학교 폭력은 단순히 어릴적 장난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삶의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고통이라는 점이다. 경각심을 줌과 동시에 피해자들의 처절한 복수극이 삭막한 요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쾌감을 주지 않았나 싶다.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이고 드라마 전개의 호흡도 매우 훌륭하다. 드라마 속 인물이 얘기하듯 신파가 그리 길지도 억지스럽지도 않기 때문에 자연스러웠다. 무엇보다 각각의 캐릭터가 뚜렷한 점이 몰입하게 하는 요소였다. 가해자라고 해서 다 같은게 아니라 각자의 개성과 특성이 명확하게 보였다. 소품, 의상, 말투, 표정 등 연출력이 엄청 났다. 물론 배우들의 끈임없는 연구의 결과로 나온 연기력이 가장 돋보였다.

 

줄거리

고등학교 시절 부유한 아이들(연진, 사라, 재준)과 그들을 따르는 평범한 양아치(명오, 혜정)들은 습관적으로 약자들을 괴롭혔다. 안그래도 살기 힘든 약자들만 골라서 괴롭히는 심리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잔인한 수준으로 학교 폭력을 가한다. 이에 앙심을 품은 우리의 문동은(송혜교)의 복수극이 시작되는 내용이다. 복수를 하는 와중에도 계속 용서를 할 기회를 주지만 가해자들은 모두 자신의 이익과 명예만을 생각한다. 동은의 복수에는 단순히 이런 학교 폭력을 가한 사람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것을 방치한 엄마, 가해자들의 부모, 그들의 조력자 모두였다.

 

학교 선생님이 되어 연진의 딸, 예솔이가 다니는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복수는 먼곳부터 가까운 곳으로 서서히 좁혀들어간다. 중요한 인물인 연진의 남편 하도영과의 만남은 시즌 1부터 정말 숨막히고 궁금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아무 잘못이 없는 하도영이라는 인물에게도 피해를 입히는 것이 동은도 마음이 아팠기 때문에 예의를 갖추는 듯한 모습이 인상 깊다. 피해자라는 이유로 가해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 

 

견고한 것 같이 보이던 가해자 무리는 서로의 입장과 피해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기에 쉽게 우정에 금이 갔다. 당연히 그들을 이간질 한 것이 맞지만, 어찌보면 그렇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깨질 관계였지 않을까? 서로 의심하고 배신하기 바쁜 피해자 연대는 금방 무너져 내렸다. 친구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명오, 명오를 죽음에 이르게 한 연진, 혜정의 목을 찌른 사라, 연진을 배신하는 재준.. 이간질로 인해 오해가 있었다 할지라도 그들의 관계는 딱 유리잔 같았던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쁘지만 그 잔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독이든 성배가 되는 것이다. 그 결과는 결국 땅에 떨어져 산산히 깨져버렸고!  

 

우리의 주인공 동은의 복수가 끝나고 행복을 찾은듯해보인다. 행복한 얼굴로 향한 곳은 다음 복수다. 바로 주여정 선생님의 아버지를 죽은 수감생! 어쩌면 이들의 행복은 복수에 있는건지도 모른다. 어릴적 받은 큰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창구처럼 말이다. 도영은 동은에게 "이 복수가 끝나면 행복해지나요?"라는 대사를 하며 자신도 어쩔줄 몰라하며 주도권을 뺏기는 모습을 보였었다. 동은 선배는 사실 복수가 끝나고 자살하고자 했었다. 복수의 끝이 결코 행복일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연진이가 폐허가 된 것처럼 복수가 끝나면 모든 동기와 허망감 등이 몰려올 것 같다. 하지만 여정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도 지옥에서 꺼내달라고, 끝끝내 살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며 삶을 이어간다.

 

해석

이 드라마에는 정말 많은 요소와 비유, 상징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은 것이 아마도 바둑일 듯 하다. 나도 바둑을 어느 정도 두는데(어릴 때.. 1급~초단) 내 집을 견고하게 지을 것이냐, 남의 집을 산산히 부술 것이냐 라는 메시지를 담은 대사가 정말 인상 깊다. 실제로도 바둑기사들의 스타일에서 보이는 내용이다. 그렇기에 내 집을 견고하게 짓기를 원하는 하도영과, 남의 집을 철저하게 부수기를 원하는 문동은의 대국은 숨막힌다. 매번 문동은이 바둑을 이기게 되는데 이는 도영과의 만남 처음부터 복수가 성공할 것임을 암시했던 것 같다.

 

바둑에서 또 한가지 살펴볼 점이 있는데 바로 문동은이 흑돌을 잡았다는 점이다. 흑돌을 잡으면 바둑에서 먼저 두게 된다. 하지만 나중에 집 계산을 할 때 6집 반을 내어주어야 한다.(바둑 대회 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흑돌이 집을 빚지고 시작한다.) 먼저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학교 폭력을 당했던 문동은의 삶은 모든 것에서 빚을 지고 산다고 해석될 수 있다. 시작부터 빚지고 시작하는 삶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백 돌을 잡은, 어릴 적 부터 자신의 뜻대로 안된게 없는듯한 하도영을 이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고, 결국 이겨내는 모습 말이다.

 

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점집도 중요한 요소다. 점집은 악당들의 소굴이자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정보와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무당은 연진과 연진의 엄마, 경찰아저씨에게 수많은 부적을 써주고 조언을 해준다. 가만히 돌아보면 무당의 말이 맞는게 많다.. 이응이 들어가는 사람은 피해라. 문동은, 손명오, 최혜정, 하도영, 하예솔.. 이응이 들어간 모두에게 버림 받거나 자신이 쳐냈다. 문동은과 하도영이 이응 2개로 같은게 눈에 띈다.

 

점집의 연장선으로 대사들에서 "신"에 대한 얘기들이 가끔 나온다. 신도 가끔은 실수를 한다거나 하는 대사를 통해서 피해자들의 비참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드라마 결말 부근에서 무당은 소희를 위해 굿을 벌이다 결국 벌전이라는 큰 신의 형벌을 받게 된다. 어쩌면 신의 실수는 가해자들을 그렇게 이끌어 간 것도 포함되지 않을까?

 

사라가 미친듯이 그리는 녹색 구두도 관심이 간다. 좋은 구두는 보통 아름다운 곳으로 이끈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하지만 연진이 신은 값비싼 초록 구두는 그들을 파멸로 이끄는 시발점이다. 재준과 같은 적녹색약을 앓고 있는 예솔이가 구두의 색깔을 헷갈려 한다. 색깔이 중요한게 아니라 비싼거라고 말하는 연진은 녹색 구두에 묻은 빨간 피들이 선명하게 생각났을 것이다.

 

포스터 해석을 하는데에도 많이 다뤄졌던 천사의 나팔꽃도 핵심이다. 천사의 나팔꽃은 성경에 나오는 천사들이 입에 물고 있는 꽃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왜 하필 천사의 나팔꽃이 등장했을까? 사실 드라마 속에서 꽃이 많이 활용되지는 않는다. 작은아씨들에 나오는 난초처럼 계속해서 메시지를 주거나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않는듯하다. 하지만 동은의 생명의 은인인 건물주 할머니와의 접점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주인 할머니의 대사 중에 "꽃이 필 때쯤 찾아오려나?" 라는 말처럼 천사의 나팔꽃은 문동은이라는 사람 자체를 나타낼수도 있을 듯하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을 대변하는 역할로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정말 많은 상징과 비유들이 많이 있었지만 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시 드라마를 한번 더 정주행 하면서 느끼는 것들과 작은 디테일들을 한번 더 챙겨볼 예정이다. 충분히 그럴 재미가 있는 드라마였다.

 

 느낀점

요즘보면 이런 복수극이나 자극적인 내용들이 점점 더 인기를 끄는 것 같다. 물론 넷플릭스에서는 규제가 좀 덜 하기 때문에 그런 찰진 감정선들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학교 폭력과 사회에서의 삭막한 일들이 이런 장르를 더 인기있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다.

 

학교 폭력은 정말 근절되어야 하기 때문에 가해자들의 잔인한 연기가 더 빛을 발했다. 더 잔인한 그들의 모습, 반성하지 않는 모습, 결국에는 파멸하는 모습에서 좀 더 경각심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다른 학원물과는 다르게 그들의 그런 행동이 결코 멋지게 그려지지도 않는다. 이건 정말 연출의 힘과 배우들의 연기가 합쳐져서 완성된 분위기인 것 같다.

 

많은 배우들의 멋진 연기를 감탄할 수 있었다. 나의 최애 픽은 단연 하도영이다. 절제된 목소리와 바둑을 취미로 가진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부유하게 자란 것 같지만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바른 삶을 살아온 것이 보인다. 예의를 우선적으로 지니고 있으며 자신의 집을 해치는 자에게는 한없이 날카로운 성격의 소유자. 시즌 2에서 분노를 표출할 때 속시원하고 멋진 그의 연기에 감탄하면서도, 아 이런 인물이 이렇게 고통 받아야 한다니.. 하면서 몰입한 나머지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안길호 감독도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더 화제가 되고 있다. 감독 본인도 학폭을 인정하며 사죄의 마음을 전한다고 한다. 연진이와는 다른 행보지만 그래도 제작자가 그런 구설수에 휘말린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만들었을리는 없을테니까..

 

더 바른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면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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